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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30분씩 걷다가 집에 들어가는 이유

2026년 여름

조회수 0

·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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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매일 30분 정도를 걷고 있습니다.

거창한 목표가 있어서는 아니고, 하루 동안 쌓인 긴장을 풀기 위해 걷습니다.

한의원을 운영하며 하루 종일 진료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일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환자분의 상태를 살피고 어떤 치료가 가장 도움이 될지 고민하고,

그 사이사이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들도 해결해야 합니다.

몸은 진료실에 있지만 머리는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움직이는 셈입니다.

진료가 끝났다고 그 생각들을 바로 멈추는 것도 아닙니다.

집에 돌아가서도 오늘 있었던 일, 해결하지 못한 일, 내일 해야 할 일이 머릿속을 돌아다닐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하루 동안 긴장하고 신경 썼던 것을 그날 조금이라도 풀어내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것이 제가 집에 들어가기 전에 30분씩 걷고 있는 이유입니다.


2

최근에 읽은 두 권의 책도 제 생각에 꽤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엄익희 원장님의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내용은

인간의 스트레스 반응이 본래 ‘몸을 움직이기 위한 반응’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위험을 느끼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빨라지며, 우리 몸은 싸우거나 도망갈 준비를 합니다.

생존을 위해 발달한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런데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조금 다릅니다.

화가 나는 일이 생겼다고 당장 치고 박고 싸우기도 어렵고,

걱정거리가 생겼다고 무작정 그 자리를 박차고 도망가기도 어렵습니다.

몸은 잔뜩 긴장했는데 실제로는 가만히 앉아 참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반응은 본래 우리 몸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반응입니다.

심장과 호흡이 빨라지고, 필요할 때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몸 전체가 일종의 ‘전투태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만들어진 긴장을 풀어내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 중 하나는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가만히 앉아 생각을 이어가기보다 걷거나 운동하면서, 몸이 만들어 놓은 긴장과 각성 상태를 움직임으로 풀어내는 것입니다


3

비슷한 시기에 읽은 자청 작가의 『완벽한 원시인』에서도 연결되는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인간은 원래 하루 종일 앉아서 머리만 쓰도록 설계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원시인에게 생각은 곧 움직임과 연결되어 있었을 겁니다.

먹을 것을 구하고, 새로운 곳을 탐색하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했고

그 과정에서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는 정반대로 살고 있습니다.

몸은 거의 움직이지 않으면서 머리만 과도하게 사용합니다.

표현은 달랐지만 저는 두 책에서 비슷한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사람은 생각만 하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닐까?’


4

운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봐도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뇌유래신경영양인자)입니다.

BDNF는 신경세포의 성장과 생존, 신경가소성 등에 관여하는 물질인데,

운동 후 BDNF가 증가하는 현상은 여러 연구에서 관찰되고 있습니다.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이 뇌의 구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도 있습니다.

2011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1년간 유산소운동을 시행한 집단에서 해마의 부피가 약 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몸을 움직이는 것은 단순히 근육이나 심폐기능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뇌와 정신적인 상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하루에 30분씩 걸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꼭 30분이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에게는 부담 없이 매일 실천하면서도 충분히 걸었다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30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한두 달 정도 매일 걸어보니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하루 종일 긴장했던 몸이 조금씩 풀리고,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도 걸으면서 조금씩 정리됩니다.

요새는 날도 더워서 30분만 걸어도 땀이 흠뻑 나고, 이 상태로 샤워까지 하면 한결 더 나아집니다.

물론 30분을 걷는다고 제가 고민하던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대로 있어도 그 문제를 바라보는 제 상태는 조금 달라집니다.

저는 오히려 그 점이 걷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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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즘은 진료하면서 과도한 긴장으로 여러 불편함을 호소하시는 분들께

저도 하고 있는 ‘30분 걷기’를 자주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수면이 좋지 않고, 머릿속에 생각이 끊이지 않고, 몸에 계속 힘이 들어가 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하루 중 몸을 움직이는 시간은 별로 없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치료와 함께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일단 걸어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대단한 운동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가능하다면 밖으로 나가 햇빛도 보고, 주변도 둘러보면서 30분 정도 걸어보시는 겁니다.

물론 걷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치료를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이 복잡할수록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이 생각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생각이 아니라 잠시 몸을 움직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몸을 움직인다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의 상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 스트레스로 유난히 힘드셨다면 집에 가는 길에 30분 정도만 걷고 들어가 보시는 건 어떨까요?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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